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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전시

[이화여자대학교 도서관] 베토벤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 1 : 베토벤 연구와 청력 상실

 

베토벤에 대한 연구가 지금도 끊이지 않는 이유

 

베토벤이 세상을 떠난 지 200년 가까이 되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그에 대한 연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음악이나 생애 전반을 다룬 책은 말할 것도 없고, 베토벤 가계, 그의 병이나 연애 문제 같은 특정 분야를 집중적으로 다룬 책, 정신분석학적 관점에서 심리를 다룬 책도 있습니다. 이렇듯 끊임없이 새로운 베토벤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그만큼 베토벤이 여전히 흥미롭고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예술가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한때 베토벤의 비서였던 안톤 펠릭스 쉰들러(Anton Felix Schindler)는 마지막 순간까지 베토벤의 병상을 지킨 덕에 대형 도서관 하나를 가득 채울 만큼의 많은 중요한 문서를 확보할 수 있었고 이를 기반으로 베토벤 전기까지 출간했습니다. 이후 많은 연구자들이 베토벤의 대화 수첩, 악보 초고, 스케치, 편지, 일기 등의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그에 대한 연구를 하고 수많은 결과를 쏟아냈습니다.

 

좌: 비서 안톤 펠릭스 쉰들러 / 우: 베토벤의 대화 수첩

 

특히 베토벤이 청력을 잃으면서 다른 작곡가들과는 다른 특이한 사료가 보존되었는데, 바로 그의 대화 수첩입니다. 죽기 전 10년 또는 몇 년 동안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할 말을 수첩에 써서 전하였으며, 베토벤은 말로 대답하거나 쓰기도 하였습니다. 여기에는 음악이나 다른 화제에 대한 토론을 담고 있고, 그의 생각을 전해주고 있으며 음악과 자신의 관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했는지 그리고 자신이 자기 작품의 연주를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1970년대에 엄청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쉰들러가 베토벤의 기록, 그것도 가장 중요한 대화 수첩의 내용을 임의로 삭제, 첨가하고 수정했다는 것입니다. 베토벤을 이상화된 모습으로 그리려고 이러한 대화록 400권 중 264권을 파손해 버리거나 수정하였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지금까지 사실인 양 널리 알려진 베토벤에 대한 많은 일화가 신빙성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베토벤에 관한 전기는 지금까지 새롭게 출판되거나 개정되고 있으며, 작가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베토벤의 연구 자료를 만날 수 있습니다.

 


청력을 잃은 베토벤

 

베토벤은 30세가 되기 몇 년 전부터 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베토벤은 빈 슈테판성당 종탑의 종소리를 혼자만 듣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신의 귀에 이상이 생겼음을 알아차렸다고 합니다.

 

베토벤은 귀에 문제가 생긴지 10년이 지난 1810년경 거의 들을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1815년(45세)에는 완전히 청력을 잃습니다. 당연히 음악회 무대에 서는 건 더 이상 생각할 수 없게 되었는데, 1814년 4월 11일 마지막 실내악 음악회를 가졌고 1815년 1월 25일에는 노래 반주자로 공식적인 무대에 마지막으로 올랐습니다.

 

그는 청력에 도움이 될 만한 온갖 방법을 시도하고 방책도 강구합니다. 냉수욕도 하고 아몬드 기름이나 확실하지 않은 추출액도 귀에 바릅니다. 팥꽃나무 껍질이 들어간 발포성 약제를 팔에 감아보기도 하고 심지어 전기요법을 쓰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피아노 제작자인 요한 안드레아스 슈트라이허(Johann Andreas Streicher)에게는 특별히 소리가 큰 피아노의 제작을 부탁했고 메트로놈을 만든 기술자인 요한 네포무크 멜첼(Johann Nepomuk Mälzel)에게는 다양한 보청기를 주문했습니다. 원뿔 형태의 음향 증폭기였는데 끝부분이 나팔 모양이나 컵 모양 등 다양한 형태를 띠고 있었으며 용도별로 크기나 형태가 조금씩 달랐다고 합니다.

 

요한 네포무크 멜첼이 1813년에 제작한 베토벤의 보청기

 

베토벤의 청력이 악화된 원인이나 경과에 대해 온갖 추측이 난무했는데, 언급된 원인만 해도 알코올중독, 동맥경화증, 자가 면역 질환, 장티푸스, 내이염, 청신경염, 사르코이드증, 청각 트라우마, 결핵 등 상당히 다양합니다. 가장 신빙성 있는 그의 청력상실 사유는 1816년 알로이스 바이센바흐(Aloys Weiβenbach) 박사가 언급한 것으로 1796년(26세) 연주여행을 갔을 때 베를린에서 걸린 발진티푸스를 앓고 난 뒤에 이 같은 부작용이 생겼다는 것입니다.

 

이와는 전혀 다른 가설로 청력 악화의 원인이 성병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것은 낭설로 여겨집니다. 성병은 건강 상태가 급속도로 나빠지고 수주일 내에 청력뿐 만 아니라 기억력, 인지능력, 언어능력까지 잃게 되는데, 베토벤은 난청 증세가 처음 시작된 이후로도 30여 년 동안 변함없이 출중한 예술적 능력을 펼쳤기 때문입니다.

 

 


[내용 출처]
272-274p, 835-837p. 얀 카이에르스 지음 ; 홍은정 옮김. 베토벤. 서울 : 길, 2018.
38-43p. 오지희 지음. 이 한 권의 베토벤. 서울: 예솔. 2020.
244p. 최은규 지음. 베토벤: 절망의 심연에서 불러낸 환희의 선율. 파주 : arte : 북이십일, 2020.
239p. Clive, Peter., Beethoven and His World: A Biographical Dictionary, Oxford University Press, New York, 2001, ISBN 0-19-816672-9

[이미지 출처]
1. 비서 안톤 펠릭스 쉰들러 / 121p. 제러미 시프먼 지음 ; 김병화 옮김. 베토벤, 그 삶과 음악. 서울 : Photonet : 세화전자, 2010.
2. 베토벤 대화 수첩 / Beethoven-Haun Bonn. https://www.beethoven.de/en/media/view/5119968429473792
3. 보청기 이미지 / 272p. 얀 카이에르스 지음 ; 홍은정 옮김. 베토벤. 서울 : 길,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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