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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탄생 120주년 기념전시

[이화여자대학교 도서관] 아동문학의 역사 : 19세기 이전과 이후

19세기 이전에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의 필요성조차 인식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린이를 위해 창작된 작품은 없었다. 아주 오랫동안 어린이는 단순히 어른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당시 어린이는 ‘구원해야 할 어린 영혼’으로 미성숙한 존재이자 교훈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이들의 기쁨은 죄악이고, 여가시간은 악마가 깃들이는 시간이라고 생각되었다. 따라서 종교적 교훈주의가 어린이를 위한 서적의 중심 주제가 되었고 신앙설화, 설교 이외의 서적은 주어지지 않았다.

 

다만 성인문학 중에 환상적인 요소가 있는 소설을 즐기면서 아동문학이 탄생하는 도화선 역할을 하게 되었다. 종교적이고 교훈적인 이야기에 만족하기 어려웠던 아이들은 풍부한 상상과 극적인 것에 끌리는 본능이 있어 어른들의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을 읽기 시작했는데, 존 번연의 『천로역정』, 다니엘 데포우의 『로빈슨 크루소』,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가 바로 그런 책들이다. 이러한 책들은 동심이 추구하는 모험과 환상의 가치를 인식시킴으로써 아동문학이 태동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당시 출판업자이며 서점을 운영하던 영국의 존 뉴베리(John Newberry)는 어린이들이 옛날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을 보고 어린이들의 독서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이들의 바른 성장을 위해 노력하였다. 뉴베리는 가격이 싸고 작은 ‘챕북’을 만들었다. 챕북은 오늘날 그림책과 비슷하게 짧고 단순한 내용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었는데, 당시 특권계급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책을 모든 아이들도 즐겨 읽을 수 있게 한 최초의 대중 서적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주제가 종교적이고 교훈적이어서 많은 어린이들의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하지만 뉴베리가 출판한 이야기 모음집 『작고 귀여운 책』은 오늘날 아동문학의 상징으로 간주되며 어린이들에게 실질적인 교훈과 즐거움을 동시에 줄 수 있는 가치 있는 도서로 평가받고 있다.

 

 

 

18세기 말부터 19세기 전반을 풍미한 낭만주의는 당시 인간의 의식을 지배하던 계몽주의에 반발하여 일어났다. 낭만주의는 감성을 중요시하고, 개인의 주관과 자아를 중시했으며, 문학의 소재를 일상적 경험에서 찾았다. 이는 18세기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팽배했던 종교적이고 교훈적인 작품이 사라지고, 모험과 공상을 담은 아동문학이 나타나는 배경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어린이의 심리와 정서, 자아를 인정하고 그것을 표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가능하게 되었다. 특히 루소의 아동존중사상의 주창은 아동 고유의 성장과 발달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근대적 아동문학의 성립과 발전을 이루는 전환점이 되었다. 이러한 낭만주의적 색채를 띤 19세기 아동문학은 안데르센으로부터 비롯된다. 안데르센의 동화는 150여 편에 달하는데, 탁월한 상상력으로 독창성을 발휘하고 긍정적인 인간상을 다루는 특징을 가진 안데르센의 동화는 창작 동화의 기틀을 잡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시기 서양에서 남성은 식민지를 개척하고, 상업적 성공을 거두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으며 여성은 가정을 꾸리며 신앙심, 자녀 양육, 가정적인 성품을 가져야 했다. 따라서 18세기의 교훈주의 경향에서 벗어나 소년들을 위한 『보물섬』, 『톰 소여의 모험』 등의 모험 이야기, 소녀들을 위한 『작은 아씨들』, 『비밀의 화원』 등의 가정 이야기와 같이 아이들의 흥미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화들이 등장했다.

 

여기에 세계에서 영어를 쓰는 인구가 증가하면서 문맹률이 감소하고, 출판시장의 부흥으로 독서를 즐길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19세기 아동문학은 비약적인 발전을 할 수 있었다. 동화를 하찮고 유해한 장르라고 비난했던 중산층도 점차적으로 동화의 가치를 인식하고 수용하기 시작했으며, 아동문학은 서민층에서 중산층까지 아우르는 장르로 발전해 갔다. 그 결과 동화의 폭넓은 독자층이 형성되었고, 상상력을 자극하는 새로운 글쓰기의 흐름과 결부되면서 아동문학은 전성기를 맞이했다.

 

 


[내용 출처]
41-43p 황금빛 오후의 만남. 양윤정. 서울 : 열음사, 2006.
75-79p. 노운서 외. 아동문학. 파주 : 양서원, 2010.
58-59p. 공인숙 외. 아동문학. 파주 : 양서원, 2013.
67-72p. 노운서 외. 아동문학. 파주 : 양서원,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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